5월 25일 대체 휴일 아침, 계룡산에 다녀왔다. 처음 마음은 조금 컸다. 삼불봉까지 올라가 보고 싶었다. 아침 7시에서 8시 사이에 산 아래에 도착했고, 점심쯤 내려오는 정도의 산행을 생각했다.

초입은 생각보다 가볍게 시작됐다. 식당과 카페가 있는 길을 지나 산을 올려다보니, 오늘 꽤 제대로 걷게 되겠다는 느낌이 먼저 왔다. 하늘은 맑았고 산은 이미 짙은 초록으로 가득했다.

계룡산 국립공원 안내도를 보고 길을 확인했다. 지도로 보면 목적지는 늘 가까워 보이지만, 실제 산길은 지도의 선보다 훨씬 솔직하다. 남매탑과 동학사 방향을 확인하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본격적으로 숲길에 들어서자 공기가 달라졌다. 햇빛은 나뭇잎 사이로 잘게 들어왔고, 길은 점점 돌길이 되었다. 처음에는 숲이 주는 시원함이 좋았는데, 조금 지나니 경사가 몸에 바로 느껴졌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 구간은 예뻤다. 바위 사이로 물이 조금씩 흐르고, 주변은 온통 초록이었다. 그런데 길은 마냥 편하지 않았다. 돌이 고르지 않고 발을 계속 신경 써야 해서, 생각보다 체력이 빨리 빠졌다.

중간중간 이정표를 만날 때마다 마음속 계산이 시작됐다. 남매탑까지는 조금만 더 가면 될 것 같았고, 삼불봉까지는 여전히 욕심이 났다. 하지만 몸은 이미 꽤 솔직하게 힘들다고 말하고 있었다.

결국 이날의 목적지는 남매탑으로 정했다. 원래는 삼불봉까지 가려 했지만, 무리해서 올라가는 것보다 적당한 지점에서 기분 좋게 마무리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경사가 가파른 건지, 내 체력이 약한 건지 잠깐 헷갈렸지만 아마 둘 다였을 것이다.

남매탑 근처에 도착하니 산행이 잠깐 다른 분위기로 바뀌었다. 숲속에 탑이 있고, 알록달록한 연등이 걸려 있어서 힘들게 올라온 길의 숨이 조금 가라앉았다. 멀리 정상까지 가지 않아도,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 충분히 하루의 기록이 됐다.

내려오는 길에는 다시 초입의 풍경이 보였다. 아침에 올라갈 때와는 다르게, 같은 길도 조금 더 편하게 보였다. 점심쯤 산 아래로 내려왔고, 몸은 피곤했지만 머리는 꽤 맑았다.

이번 산행에서 가장 크게 남은 생각은 단순했다. 한 번에 무리해서 멀리 가는 것보다, 기회가 될 때마다 자주 오는 게 낫겠다. 오늘은 남매탑까지만. 다음에는 조금 더 가볼 수도 있고, 또 같은 지점까지만 가도 괜찮다.
계룡산은 가까운 듯하면서도 쉽게 봐서는 안 되는 산이었다. 그래도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그 정도면 좋은 산행이었다.